뜨거운 7월, 한국교회는 100년 전의 평양대부흥을 꿈꾸며 그 꿈에 들떠, 떠들썩하게 기념회를 한다고 난리들을 쳤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지금 평양대부흥의 어개인을 외칠 때가 아니라 처절하게 회개를 해야 할 때이다. 대들보가 썩고 기초가 허물어져 한국교회가 무너질, 누란의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현하 한국교회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1. 묵상을 상실한 교회
현재 한국교회는 거의 묵상이 없다. 묵상할 수 있는 시간적 기회가 박탈되었다. 설교도 그렇고 찬양도 그렇다. 먼저 설교를 살펴보자.
1)설교
교회에서 선포되는 많은 설교들을 보면 하나님의 가르침보다 인간의 가르침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리 설교보다 세속적 삶에 대한 설교가 압도적으로 많다.
서울 신대 정인교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성결교 교단의 경우 교리설교가 195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체 설교의 18%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1950년 이전에 38%를 차지하던 교리설교가 세월이 흐르면서 비중이 낮아져 점점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결교단이 이름 그대로 성도의 성결을 강조하며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려고 노력하는 정통보수교단인데, 그 교단에서조차 그러하다면 다른 교단은 말할 것도 없다.
교리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천국, 지옥, 구원, 하나님, 죄, 회개 등 조직신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의 교리는 특정교단의 특정교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주내용을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들은 하나님이 가르치기를 원하는 하나님의 관심사가 아니라 인간의 관심사에 편중되는 경향이 짙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 중심 설교가 아니라 인간 중심 설교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천국의 삶보다는 현세적 삶에 초점을 맞추고, 하나님의 뜻과 그 뜻의 실행보다는 사람의 뜻과 속세적 행복, 성공, 처세, 위로, 치유 등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주일 설교는 쉽고 익숙한 주제로 접근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성도들이 불편해 하는 걸 본다." 는 어느 목사의 고백처럼, 대부분의 한국교회 목사들이 성도들의 취향과 비위에 맞는 설교를 하는데 힘쓰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교인들은 더 이상 천국을 열망하지 않고 세상의 삶에 집착하여 지극히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는 사고방식과 인생관과 세계관,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향기 대신 세상 냄새를 푹푹 풍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목사들이 교리설교를 기피하고 세속적인 설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신학적 배경 지식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이승진 교수(실천신학대학원 대학교)가 지적했다. 한 마디로 목사들이 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설교가 인간중심적이다 보니 교인의 구미와 성향에 맞추기 위해 과도한 유머가 행해지고 있다. 요즘은 유머를 구사하지 못하면 삼류 목사로 취급받는다. 설교에 재미를 더 하여 교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들의 인기를 유도하기 위해 개그맨 뺨칠 정도의 유머를 혼합하다 보니 말씀의 본질은 희석되고, 그 말씀을 차분히 음미해볼 시간조차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유머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말씀의 본질을 훼손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오늘날 한국교회가 많이 시끄러워졌고 많이 가벼워졌다.
설교 듣는 중 웃고 손뼉치다 보니 말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진 후련한 가슴만 남아 은혜를 많이 받았다고 착각하면서 귀가하다 끼어드는 자동차에게 욕설을 바가지로 퍼붓고는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주일을 빠짐없이 잘 지켰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네 교인들의 모습은 아닌가.
2)찬양
악기도 잘 갖추어졌고 멤버도 많아졌고 수준도 높아졌다. 시설도 좋고 조명도 준비되었다. 그러나 교회 찬양이 대중 콘서트를 연상시키는 것은 '왜?'일까?
찬양의 템포가 빨라졌고 가사도 많아졌다. 그래서 참 많이도 요란하고 시끄러워졌다. 교인들의 호응도 뜨겁다. 이제 박수치는 것은 기본이고 춤까지 춘다. 찬양에 몰입되어 일어나 손을 들고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든다. 흥겨워한다. 참으로 은혜가 넘쳐나 보인다. 그러나 눈물이 없다. 예수님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감격이 없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해볼 여유가 없다. 정신이 없다.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찬양이 사라져 버렸다. 비트 음악과 같은 요란과 시끄러움이 흥을 자극하고 무아지경에 몰아넣고 있으나 정작 찬양으로 인한 깨달음이 없고 성숙이 없다.
찬양이 그저 흥이나 돋구고 스트레스나 해소하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것이라면 대중 콘서트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지금 한국교회는 정중동의 고요함을 잃고, 하나님과 예수님을 묵상하는 여유를 많이 상실했다.
2. '소귀에 경 읽기' 같은 교인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말씀의 능력이 힘을 잃었다. 제대로 된 말씀이 선포되지 않아서 이겠지만 교인들이 '소귀에 경 읽기'가 되었다. 설교를 듣는 귀는 엄청나게 수준이 높아졌지만 그 말씀을 실천하려는 의지는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말씀은 말씀이고 삶은 삶이다. 말씀은 추상이고 삶은 현실이다.'라는 듯이 말씀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교회 교인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말씀은 무엇인가? 개그인가? 만담인가? 격려사인가? 축복송인가? 자장가인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더 이상 생활에서 지켜야 할 덕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귀를 즐겁게 하는 하나의 전설같은 것이거나 예배 중의 한 순서요 한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씀이 교인들의 삶에는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교인들의 삶의 지침서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교인들에게는 말씀과 삶은 독립적이다. 별거요 무관한 것이다.
교인들은 말씀에 의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세상 방식으로 살아간다. 말씀은 교회에서나 필요한 것이지 세상에 나오면 떼어서 화장대 서랍 안에 고이 모셔놓는 장신구에 지나지 않는다.
사업하는 교인들도 말씀대로 사업하면 망한다고 아예 성경은 감추어버린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업한다.
정치하는 교인도 말씀은 저 멀리 밀쳐두고 선배로부터 배운 지식을 가지고, 정치의 틀에 매여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학자들도 교사들도 의사나 판사나 검사들도 별 차이가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소금이 5%만 있어도 바다 전체를 짜게 만든다는 데, 우리나라는 기독교인이 25%라고 하는데도 나라를 전혀 변화시키지 못 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지독히도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지 않는 교인, 내실이 아니라 외형에만 몰두하고 있는 교회, 이런 상태에서 아무리 평양대부흥의 어개인을 외쳐본들 부흥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허물어지고 있는 교회의 기초와 썩어가고 있는 대들보를 먼저 고쳐야 할 것이다. 다윗처럼 눈물에 침상이 떠오를 만큼 회개해야 할 것이다.
3. 질서가 파괴된 하나님의 나라
한국교회의 주인은 이제 더 이상 하나님이 아니다. 교인들이 주인 자리에서 하나님을 추방해버렸다. 오늘날 많은 한국교회들이 사람이 주인이 되어 있다. 목사가 주인이 되어 있거나 장로들 혹은 권사, 집사들이 주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개척교회 중 많은 교회들은 목사가 주인이 되어 있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들은 장로가 주인이 되어 있다. 요즘은 교회에서 여권신장이 창궐하여 권사들과 여집사들이 주인의 자리에 떠억하니 앉아 있기도 하다.
하나님의 신권은 민주주의와 평등주의란 이름에 맥을 못 추고 밀려나 있다. 하나님이 대리자로 세운 목사들도 교인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내지 못 하고 있다. 위임투표, 신임투표(아직 시행되진 않고 있음)가 목사들의 올가미가 되었고, 민주주의와 평등주의 사상이 목사들의 영역을 축소시켰다.
이제 목사들은 교회의 지도자가 아니라 얼굴 마담이 되거나 고용 사장이 되었고, 이사장이나 회장 자리는 장로들이 꿰찼다. 그래서 목사들이 그들의 손에 좌지우지되고, 목사들은 밥줄 때문에 하나님께 미안하지만 대리자로서의 사명을 포기해 버렸다.
현재 많은 한국교회들에서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가 파괴되었다. 인간들의 독무대가 되어 버렸다. 하나님은 질서를 중시하시는데,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도 너무나 당당하다. 양심이 화인 맞은 사람처럼. 예수님 시대의 제사장과 바리새인처럼.
교회는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나라다. 민주주의와 평등주의가 통치이념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정정치가 통치이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인간의 뜻과 의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섭리로 통치되는 곳이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회복되어야 할 것은 하나님의 권위와 질서의 회복이다.
이제 목사는 제자리를 찾아야 하고 장로도 제자리를 찾아가야 하고 교인들도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교회에서 하나님의 질서가 회복되고 하나님이 주인으로서 권위를 되찾고 교인들이 그 권위에 굴복하여 말씀에 순종하고 말씀을 지킬 때 한국교회는 동방의 등불로서, 아니 전 세계의 등불로서 거듭 태어날 것이며 평양대부흥의 역사를 어개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한국교회를 비난하고 비방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한국교회가 다 그렇다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잘 나거나 완벽해서도 아닙니다. 저 역시 무지무지 못 나고 부족하지만 한국교회를 걱정하고 앞으로 잘 되었으면 하는 충정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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