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건강은 구원의 대상인가 아닌가?
< CBS저널 >삼박자구원론 토론, 구원 범위 놓고 논쟁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구원론'은 과연 올바른 주장일까. 삼박자구원론이 한국교회에는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까. 기독교방송(CBS)의 교계 시사 프로그램 CBS저널이 답을 찾기 위해 1월 10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순복음국제신학원 원장 김삼환 목사와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가 논쟁했고, 진행은 박영근 박사가 맡았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10월 28일 CBS 설교비평 코너에서 이호형 교수(중앙신학대학원대학교)가 삼박자구원론을 비판한 것이 발단이 되어 열렸다. 이 교수는 "삼박자구원론은 요한3서 2절의 의례적인 인사를 지나치게 강조해 복음서와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반론을 요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서 이날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편집자주).
박영근 :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는 예수님을 믿으면 영혼만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가난과 병을 물리치고, 영혼·육체·물질, 모든 면에서 구원과 축복을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구원론은 순복음교회 뿐 아니라 한국교회 강단에 널리 퍼져 있다. 삼박자구원론이 한국교회의 기복신앙과 물량주의를 부추기는 비성경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또 한쪽에서는 한국교회의 성장을 견인한 전인구원의 신학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김삼환 : "영혼 구원은 부·건강의 복으로 이어져"
김동호 : "부함을 믿음과 같은 위치에 놓는 것은 잘못"
김삼환 : 삼박자구원, 삼중축복, 전인구원은 다 같은 말이다. 전인구원은 요한3서 2절만을 근거로 나온 구원관이 아니다. 성경 전체가 말해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영혼 구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사람 구원이다. 사람은 영혼과 육체와 생활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존재다. 영혼 구원을 받게 되면 물질 축복과 건강의 복을 받게 된다. 그것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축복이다. 영지주의자는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고, 영혼만이 선한 것이며 영혼만 구원받으면 된다고 한다. 기독교의 정통 구원관은 이런 영지주의를 반대한다. 삼중구원관은 이러한 정통구원관과 상통하는 것이다.
삼중구원론은 현대신학과 현대철학에서도 검증된 이론이다. 현대신학과 사상은 육체와 물체도 정당한 가치 매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근검 절약하고, 믿음대로 충성·헌신·봉사하는 삶을 살게 되면 돈도 많이 벌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교회도 전인적·통전적 구원관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조용기 목사가 주장하는 삼중신학이다.
김동호 : 예수 잘 믿으면 건강하고 부유해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예수 믿는 사람 중에는 약한 사람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다. 그것은 세상이 왜곡됐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예수 잘 믿으면 건강해지고 부자가 되는 것이 정상이다. 문제는 '건강과 부가 복이고 구원인가' 하는 것이다. 건강과 부유함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가 추구하는 복과 같다고 얘기하는 것은 지나치다. 삼박자구원론이 건강과 부를 긍정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긍정이 지나쳐서 복과 구원으로까지 가져간 것이 문제이다.
김삼환 : 요한3서 2절(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같이 네가 범사에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을 보면, 사도 요한의 입을 빌어 하나님은 '간구'하신다는 표현을 썼다. 인간적인 기준에서 "건강과 부유함이 복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나님은 좋으신 하나님이기 때문에 우리가 고난을 받고 괴로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고난은 과정적인 악일 뿐이다. 고난 자체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실체가 아니다.
김동호 : 예수와 제자들 사이에도 동상이몽이 있었다. 제자들이 예수를 좇아다닌 것은 나름대로 복을 받기 위해서였다. 예수가 승천할 때 제자들은 이스라엘 나라의 회복은 언제냐고 물었다. 이것이 제자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복이었다. 예수는 그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예수가 주고 싶은 복은 하나님 나라의 복이었다. 이스라엘 나라의 회복도 복이다. 그러나 이것을 하나님 나라의 복과 대등하게 여기는 것은 큰 착각이다. 순복음교회의 삼박자구원론은 세상의 복과 하나님 나라의 복을 동일시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을 격하시켰다.
'평안'과 '편안'은 비슷한 말이다. 하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편안은 가짜 복이다. 편안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은 아니다. 불편하게 사는 것이 복이 될 때도 있다. 돈이 편안을 주지만 평안을 줄 수 없다. 믿음만이 우리에게 평안을 준다. 돈을 믿음의 축복과 같은 위치에 놓는 것은 옳지 않다.
김삼환, "삼중구원에 대한 폄하 분위기 존재"
김동호, "삼중구원은 오해를 줄 만한 용어"
김삼환 : 이 주장은 삼중구원의 신학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성경 전체를 대변하고 있는 요한3서 2절을 보면, 영혼이 잘 되는 것이 논리적 순서에 있어서 가장 앞선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영혼이 잘되는 것 없이 그냥 믿기만 하면 물질의 복도 받고 범사가 잘된다고 가르친 적이 없다. 영혼이 잘되는 것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고난받으라고 하면 고난받을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 영혼이 잘되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서정민 박사는 조용기 목사의 설교전집 21권, 780여 편의 설교를 연구해, 「한국교회의 설교가 연구」(한국교회사학연구소)에 발표했다. 서정민 박사는 "조용기 목사의 설교가 고난받는 민중의 삶의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인다"고 주장했다. 또 "민중의 현재 삶에 대한 조용기 목사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조용기 목사의 설교는 복·감사·성공·행복 등과 같이 단순한 축복이나 기복적인 설교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잘못된 오해는 불식돼야 한다.
박영근 : 외부 사람들은 서정민 교수가 말한 성숙한 삶의 윤리라든지, 시험에 승리하는 신앙보다는, 뭔가 물질적인 축복과 건강 등을 더 강조한다고 생각한다.
김삼환 : 그것은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직접 듣지 못하고,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비난하려고 하는 시도가 아직도 남아 있다.
김동호 : 지금 얘기한 대로라면 그것은 삼박자구원이 아니라 한박자구원이다. 영혼이 잘되면 다른 것은 따라오는 식이다. 삼박자라는 것은 세 개의 박자가 동일하다는 뜻이다. 오해했다고 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용어를 썼다.
김삼환 : 그래서 우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금 삼박자구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삼박자구원은 60년대 조용기 목사가 전인구원의 메시지를 전파할 때, 민중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박자'라는 말로 표현한 것이다. 이제는 전인구원, 사람에 대한 구원이라고 말한다.
박영근 : 다음 토론해야 할 주제는 삼박자구원론이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이다. 이것은 조용기 목사가 설교한 것과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동호 : 지도자는 자기가 하는 말을 상대방이 어떻게 듣는가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 조용기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그러한 의도가 없이 가르쳤다고 해도 한국교회 교인들이 그 말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한 두 사람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오해하게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수십만 교인이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신학적 의미를 바로 알고 모인 것인가, 아니면 김삼환 목사가 말한 '오해' 때문에 모인 것인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이것에 대해 한번 판단과 평가를 해봐야 한다. 온 교인들의 관심이 나라나 세상을 고치는 사회·역사적인 것으로 나가지 못하고, 개인이 병을 고치고 부자가 되는 개인적인 신앙으로 낙후된 것 아닌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수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신학과 신앙의 체질은 약화시킨 것 아닌가.
김삼환, "물질 축복은 절망의 사람들에게 소망의 메시지"
김동호, "물질 축복을 소망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을 속이는 일"
김삼환 : 여의도순복음교회 70만 성도들은 오해하고 있지 않다.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대한 찬양과 영혼이 잘되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설교를 듣는다. 실제로 설교도 그렇다. 일반에 남아 있는 오해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급하게 성장한 큰 교회이니까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아직도 남을 깎아 내리려 한다.
복음은 듣는 대상에 따라서 융통성이 있다. 조용기 목사가 말하는 물질의 축복은 60년대 못 먹고 못살고, 헐벗고, 굶주린 민중들에게 한 설교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불광동 천막에서 시작할 때, 모두 다 헐벗고 굶주리고 절대 절망에 처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을 대상으로 복음을 증거할 때 어떠한 모습을 취해야 하겠는가. 하나님께서 보여주는 진리의 큰 벌판에서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교회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이것을 성숙하게 인정하고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동호 :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절대 절망에 빠진 교인들에게 그런 식으로 설교해서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삼박자구원·전인구원·삼중구원을 말하면, 영혼구원은 듣지도 않는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절대 절망의 시기이기 때문에 예수 믿으면 부자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삼환 : 복음전파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치료다.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에게는 소망이 약이다. 60·70년대 뿐 아니라 21세기에도 사람들은 절망에 처해 있다. 소망의 메시지는 계속돼야 하고, 희망을 주는 전인구원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현대신학자 몰트만도 '희망의 신학'을 얘기하고 있지 않나. 특히 삼중구원은 다양한 문제를 직면한 사람에게 광범위하고 효과적으로 증거할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김동호 : 지금 얘기하는 것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입장이라면 상당히 곤란하다. 아무리 절대 절망의 순간에도 진실한 것을 소망으로 가르쳐야 된다. 돈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돈으로 사람에게 소망을 주겠다는 것은 신앙이 아니다. 누구나 건강한 것을 좋아한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에게 예수 믿으면 건강해진다고 하면 다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정직한 것이 아니다. 그걸 소망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을 속이는 일이다. 예수는 병을 고치시고 난 다음에 아무에게도 가서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병 고쳐주는 것 때문에 예수는 믿어야 한다고 오해할까봐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자기를 알리고, 사람을 끌어 모은 것은 아닌가. 70만 명이 모인다고 했다. 그들이 영혼의 잘됨을 위해 모였는지, 보리떡을 위해서 모였는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 박영근 대표는 토론 말미에 지난해 설교비평에서 나온 얘기가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피디를 고소하겠다고 했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피해의식을 가진 것 아니냐고 김삼환 목사에게 되물었다.
김삼환 : 야고보서는 배고프고 추위에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고 '배부르라', '따뜻하게 하라'고 말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사랑의 나눔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물질도 따라야 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빵을 줘야 한다.
김동호 : 논지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예수를 믿으면 부자가 된다는 것과 가난한 자에게 빵을 줘야 한다는 것은 다른 내용이다.
김삼환 : 김동호 목사는 소망을 굉장히 영적인 것으로 치우쳐서 본다. 물질이나 생활과는 관계없이 고고한 영적인 소망을 말한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야고보서가 기록한 대로 물질도 줘야 한다. 이것이 전인구원이다.
박영근 : 바람직한 구원론을 정리해 달라.
김삼환, "전인구원을 광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해야"
김동호, "영혼구원 다음에 물질 축복, 건강 축복 얘기해야"
김동호 : 김삼환 목사가 나를 영적으로 고고하다고 말했는데, 나는 돈을 좋아한다. 부자를 너무 죄악시하고 가난을 자랑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것을 예수를 믿으면 받는 복으로 오해하게 만들면 안 된다. 구원이라는 말은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여기저기 붙일 만한 것이 아니다. 구원은 하나밖에 없다. 구원은 죄로 말미암아 단절되었던 하나님과의 관계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보혈로 회복된 것이다. 복은 여기서 끝나야 한다. 물질적으로 부하고 건강해지는 것까지 구원의 범주에 넣으면 안 된다.
김삼환 : 구원에 대한 해석이 문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전인구원을 광의로 해석해서 물질·건강 축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성경적인 전인구원을 심도 있게 재조명하고, 범위를 더 확대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나라와 민족과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있을 때, 개인의 범사가 잘 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섬세하게 잘 해석해야 다가오는 세대에 복음 전파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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