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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운동/신세계정부운동

미국에서벌어지는 에큐메니칼운동의 본질..

설교없는 미국 장로교회 정체성 혼란에 씁쓸한 마음


[독자소리]
이곳 미시간에도 봄은 완연한 봄입니다.
아침마다 기러기 때들이 아파트 지붕에서 꾸꾸 하는 소리에 잠을 깨고, 저녁이면 스컹크들이 짝짓기 하는지 냄새를 피웁니다.

잠시 미국에 있을 기회를 얻어 좋은 것을 많이 경험하려고 하지만 의외의 현상들에 대해 놀라면서 이것이 영적인 문제인가, 문화적 차이인가 크게 의심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곤 합니다.

성령강림절을 맞아 지난 번 고난주간에 경험한 기억을 다시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고난 주간, 저는 나름대로 예배할 곳을 찾아 경건한 예배를 기대하며 이곳 저곳을 배회하였습니다. 동네에 있는 장로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려고 했더니 이번 주는 저희 동네의 모든 장로교회들이 카톨릭 성당에 모여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고 물어봤더니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환으로 신구교도들이 함께 모여 예배하는 전통이라고 하더군요. ‘
아하 그렇구나’했지만 대한민국의 정통 장로교도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돼 다른 곳을 찾아 보았습니다.

또 다른 한 곳은 1만 2000명이 모이는 대형교회였습니다.

고난 주간에 이 교회는 아주 특별하게 뮤지컬로 예수의 고난을 축하(?)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다 싶어서 다른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이곳 저곳을 인터넷으로 뒤적이다가 결국 퍼스트 장로교회에 가서 금요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장로교회는 좀 다르겠거니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며 교회로 들어갔습니다.

교회 안이 스테인드글라스와 여러 촛불들로 장식되어 있는 특이한 광경이었는데 귀에 익은 찬송이 흘러나와 반가운 마음으로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계속 예배를 하는데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씀을 한 구절 읽고 묵상을 하고 성가대가 키리에, 레퀴엠같은 성가곡을 부르는 패턴이 계속되길래 주보를 보니 설교 시간은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각 단계로 나누어 해당되는 성가와 음향효과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묵상을 하는 것이 오늘 예배였습니다. 각 단계별로 촛불을 하나씩 꺼 가면서 예수님의 죽음이 임박하는 것을 나타냈고 십자가에 못박는 장면에서는 망치소리 효과음이 크게 교회를 진동했습니다.

여기까지 이르자 '아니 여기가 장로교회 맞는가?
여기가 무슨 로마카톨릭 교회인가?'
하는 탄성이 머릿 속에서 메아리쳤습니다. 이런 예식을 통해 예배하는 것은 처음이라 신선한 감도 있었습니다만, 역시 이런 예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영적인 기운보다는 육적인 감상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설교야말로 가장 명확하고 확실한 은혜의 수단이란 것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이 문화적인 축제나 행사를 즐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통 장로교회들마저 예배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예배만큼은 그 전통이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성일(진리교회ㆍ미국 미시간주 거주)
기독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