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상품과 서비스의 이동을 가능한 한 최대로 촉진시킬 수 있도록 어느 나라의 국경이나 자유자재로 들락거리며 규제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 인터넷 무역의 '무형성'(Invisibility)은 이제 국내거래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에서도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 교역이 성행됨에 따라 온라인 지불 메커니즘(On Line Payment Mechanism)인 인터넷 지불시스템도 국제결제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이것이 세계적 무역자유화를 기술적인 면에서 잘 도우고 있다.
수출입거래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오던 무역관계서류도 모조리 인터넷과 전자우편으로 대체되어 나가고 있다. 전자정보초고속망은 새로운 기술의 전격적 도입, 원거리통신망의 구조 조정, 정보통신의 세계화 등을 통해 세계적 무역자유화를 더욱 더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자정보통신기술이 '거리의 소멸'을 초래시키고 이것이 세계적으로 무역자유화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거리장벽이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전통적 수출입거래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시스템이 채택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거리장벽이 존재하여 그 교역에 있어서는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높은 비용이 부담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교역상의 장애요인이 존재하고 불편이 수반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이 발달되어 대륙간 또는 국가간의 '거리의 소멸'이 초래됨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모든 장애요인과 불편이 현저히 해소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거리의 소멸'은 세계적 무역자유화와 이에 따른 국가경제의 세계화에 매우 깊은 암시를 던져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자정보초고속통신망의 발달은 세계 도처에 존재하던 개별시장을 하나의 세계시장으로 통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 WTO 협정의 발효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급진적으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WTO 협정의 발효이다(신현종, 1997). 세계적 무역자유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GATT 체제하에서 지속적으로 진전되어 왔다.
최근에 이르러 세계적 무역자유화는 1993년 12월 15일 우루과이 라운드(Uruguay Round)가 타결되고 1995년 1월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가 출범됨에 따라 더욱 더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WTO 체제 출범에 따라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급진적으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것은 WTO 협정, 즉 관세, 농산물, 위생검역, 섬유 및 의류, 무역에 관한 기술장벽, 무역관련투자조치, 선적전검사, 원산지규정, 보조금 및 상계관세,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 서비스무역, 무역관련지적재산권, 무역정책검토제도, 복수국가간 무역 등 여러 협정이 발효되고 이에 의해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이 철폐되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래 국가간에 존재하던 무역장벽은 철폐되고 경제적 국경의 개념이 소멸되어 나가게 되었다. 이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이 저 나라로 들어가고 저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이 이 나라나 또는 그외 다른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상품뿐만 아니라 관광, 유통, 운송, 금융, 통신 등 서비스도 국가간에 자유롭게 이동되고 있다.
실제로 WTO가 출범된 1994년부터 세계 어느 나라의 시장에서나 외국의 상품과 서비스가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하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선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는가 하면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된 상품도 몰려들고 있다. 시장에는 어느 한 나라 상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상품이 득실거린다. 선진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에 있어서도 개발도상국의 경우처럼 세계 도처에서 생산된 상품이 그 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와 같이 WTO 체제하에서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촉진되고 있는 것은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과 이에 따른 WTO 체제 출범으로 무역장벽이 철폐되고 세계 상품시장이 전면적으로 개방되어 상품의 시장접근(Market Access) 기회가 확대되고 그 자유로운 이동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서나 또는 개발도상국에서나 외국계열의 서비스공급자나 기업이 횡행하고 있다.
WTO 체제하에서 서비스 교역의 세계적 자유화가 촉진되고 있는 것은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무역협상에서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Trade in Services: GATS)이 체결되어 이 협정이 WTO 체제 출범때 발효되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 교역협정에서는 모든 서비스 교역에 대해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를 부여토록 되어 있다.
따라서 외국계의 서비스공급자나 기업은 현지국에서 일체의 차별조치를 받지 않고 그 나라의 서비스업체와 동등한 대우를 받으면서 영업활동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국가간 이동에는 국제경쟁력이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어느 나라에나 파고 들 수 있으나 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국제비교우위도가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는 수출이나 국내시장 판매가 가능하지만 그 우위도가 낮은 것은 존속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무역자유화가 도도하게 진전되고 있는 WHO 체제하에서는 비교우위상품이나 서비스라도 그 존속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절대우위를 갖춰야만 한다. 절대우위를 확보한 상품이나 서비스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어느 한 지역에 있는 여러 개의 동물원의 울타리를 한꺼번에 헐어제쳐 그 안에 있던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그대로 풀어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맹수들은 순한 짐승들을 잡아먹게 되고 순한 짐승들은 씨마저 말려지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야수적인 약육강식의 비정한 세계경제질서의 형성이다. 국제경쟁력이 강한 상품만이 살아남고 그 경쟁력이 약한 상품은 도태되지 않을 수 없는 처절한 무한경쟁이 WHO 체제 하에서 을씨년스럽게 펼쳐지고 있다. 세계화를 촉진시키는 WTO 체제 하에서 격화되고 있는 경쟁을 초 이전투구식 경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급진적 속도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WHO 협정이 발효되고 이에 따라 무역장벽이 철폐되어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접근기회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WHO의 주요 협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WHO의 관세협정은 관세율 인하, 관세양허품목 확대, 공산품에 대한 무관세화 등을 도모함으로써 종래 국가간에 존재했던 관세장벽을 대폭적으로 완화했던 것이다. WHO 관세협정 중 공산품 및 수산물에 대한 관세율이 WHO 출범 후 5년 내에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 무역협상이 추진되던 1986년 9월의 경우에 비해 33% 이상 인하토록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관세양허품목의 비율이 1986년의 경우에 비해 선진국에서는 78%에서 99%, 개발도상국에서는 22%에서 72%로, 또한 시장경제전환국에서는 73%에서 98%로 대폭 확대된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총 13개 분야 192개 품목(HS단위)에 대해 무관세화토록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농산물협정도 농산물에 대한 '예외없는 관세화', '최소시장접근방식' 도입, 농업분야에 대한 각종 보조금의 점차적 철폐 내지 감축 등을 도모함으로써 농산물에 대한 관세장벽을 현저히 완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일부 농산물의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농산물의 수출입에 대해 비관세장벽을 철폐 내지 감축 등을 도모함으로써 농산물에 대한 관세장벽을 현저히 완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일부 농산물의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농산물의 수출입에 대해 비관세방벽을 철폐하고 이를 관세화토록한 '예외없는 관세화'는 농산물에 대한 수입부과금, 수입수량제한, 최소수입가격, 수입허가증, 수출자율규제, 국영무역 등 비관세장벽을 통한 농산물 수입규제조치가 철폐되어 농산물 무역의 자유화를 촉진시킨 조치이다.
농산물시장 개방에 있어서 관세유예기간에도 그 농산물 국내 소비량의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방식도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완화시킨 일종의 조치인 것이다. 또한 허용보조금을 제외하고 모든 농업보조금을 감축하기로 한 것도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허물어 농산물 수출입의 자유화를 촉진시키는 조치임에 틀림없다.
섬유 및 의류협정도 다자간섬유협정의 다자간체제(WTO)복귀, 섬유류에 대한 차별적 수입규제 금지 등을 통해 세계섬유류 및 의류교역의 전면적 자유화를 촉진시켜 오고 있다.
서비스교역협정도 서비스교역의 세계적 자유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모든 서비스 교역에 대한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 부여, 서비스교역 자유화 대상분야에 대한 포지티브 방식(Positive List System) 적용, 시장접근 및 내국민대우 관련규제에 대한 무역, 유통, 금융, 관광, 통신, 건설, 운송분야 등의 시장을 개방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 문화, 보건 등의 여러 분야의 시장도 열어 나가고 있다.
서비스교역협정은 서비스 그 자체의 자유로운 국경 이동뿐만 아니라 외국인직접투자, 인력이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자유화를 도모하고 있다.
WHO 체제 하에서 세계적 무역자유화는 반덤핑협정, 보조금 및 상계관세협정, 긴급수입제한협정 등에 따라 비관세장벽이 철폐되어 더욱 더 촉진되어 오고 있다. 반덤핑협정은 덤핑 규제요건 강화, 덤핑 규제남발 억제, 덤핑 마진 산정 및 피해판정기준의 명료화 등을 도모함으로써 무분별한 덤핑 규제를 억제하여 세계적 무역자유화를 촉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보조금 및 상계관세협정도 각종 보조금 지금에 대한 규제 강화, 상계관세 부과요건 강화 등을 꾀함으로써 특정국가 특정산업의 국제경쟁력 구조의 인위적 변동을 억제시켜 세계적 무역자유화의 왜곡을 규제토록 한 것이다. 그것은 보조금이 산업의 경쟁력구조를 인위적으로 변동시키고 수출증대 및 수입억제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세계무역질서를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긴급수입제한협정도 세계적 무역자유화를 확대시켜 나아가고 있는 주요한 협정 중의 하나이다. 이 협정은 외국상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의 발동요건 강화, 이 조치 발동 남발의 억제, 최혜국대우의 일반적 적용 재확인, 회색지대조치(Gray Area Measures : 수출자율규제, 시장질서협정 등)의 4년 내 철폐 등을 도모함으로써 무역자유화의 세계적 확대에 커다란 작용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협정,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 선적전검사협정 등 WHO의 여러 협정도 세계적 무역자유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오고 있다. 이러한 여러 협정은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적 의미의 국경을 소멸시켜 세계 도처의 시장을 하나의 글로벌시장으로 통합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 금융의 세계화
1) 세계금융시장의 확대
오늘날 세계경제질서의 주요한 특징은 금융의 세계화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금융의 세계화는 그 동안 양자간협정에 따라 점차 확대되어 오다가 OECD의 자본이동자유화규약(Code of Liberalization of Capital Movements)과 국제투자 및 초국적기업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International Investment and Multilateral Enterprises)에 따라 더욱 더 확대되어 오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는 최근 다자간투자협정의 발효를 앞두고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그것은 다자간투자협정이 투자장벽을 제거하고 국제자본이동을 촉진시킴으로써 금융의 세계화를 도모하기 때문이다.
금융의 세계화는 세계자본시장이 성장되고 통합됨으로써 촉진되고 있으며 이 세계자본시장의 성장과 통합은 세계화의 엔진임이 틀림없다.
세계자본이동규모는 엄청나게 크다. 그 규모는 1991년에 5,360억달러였던 것이 그 후 4년동안에는 1조 2,580억달러로 늘어났다. 이 세계자본이동총액 가운데 외국집적투자를 제외한 규모는 1986∼1990년간 연평균 262억달러였던 것이 1996년에는 2,500억달러를 초과하였다. 세계유가증권의 유동성금융자산(Liquid financial Assets)는 1980년에 10조 7,000억달러에서 1994년에는 41조 5,000억달러로 증가되었다. 그 자산규모는 2000년에 80조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Fraser, 1997).
1998년경 세계 주요 외환시장에서 하룻동안 거래된 외환규모만도 1조달러에 이르렀으며 국제자본거래량의 규모는 1조 5,000억에 육박하였다(Globalizand vs Sovereignty, 1997).
국제자본이동의 근간인 외국직접투자의 규모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직접투자는 1973년에 불과 250억달러에 지나지 않던 것이 1996년에는 3,150억달러로 약 14배가 증가되었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최근 경쟁적 압력, 새로운 기술, 기업의 사유화, 각국의 정책등으로 말미암아 앞으로도 점차 증가될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직접투자는 생산조직의 지역적 통합화를 촉진시키는 EU, NAFTA, APEC, ASEAN, MERCOSUR 등 경제통합체가 활성화되고 이 지역적 경제통합체가 기업의 세계화를 촉진시킴에 따라 더욱 더 확대되어 나가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공업국의 주도로 그들 나라간에 성행되고 있다.1996년의 경우 선진공업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규모는 2,03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이들 나라로부터 유출된 그 규모는 2,710억달러나 되었다. 그 증 미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규모는 600억달러, 유출된 것은 960억달러였다. 따라서 해외직접투자는 미국의 기업이 주도해 나가고 있고 그 기업은 초국적기업이다.
미국과 더불어 해외직접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가 독일, 영국, 일본 및 프랑스(순서별)들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견인적 역할을 해온 세계 100대 다국적기업은 앞으로 강력한 대외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초국적기업은 유럽을 미래에 첨단기술 및 소비재산업 부문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지역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유럽의 초국적기업은 미국을 그들의 해외직접투자 수행 상 가장 훌륭한 입지로 보고 있다. 한편 일본의 추국적기업은 아시아를 가장 전망 좋은 투자대상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막대한 규모로 이동되는 자본은 산업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투자를 위한 자금이거나 국가간, 금융기관간, 금융기관·기업간 차관성격의 자금이다. 그리고 그것은 뮤추얼 펀드(Mutual Fund: 투자신탁기금)의 투자자금이거나 또는 헤지 펀드(Hedge Fund)의 투기자금이다.
세계금융자본은 최근에 혁신적으로 구축된 전자정보초고속망을 따라 하루 24시간 동안 지구 도처로 이동되고 있다. 어느 나라 금융시장에 광속으로 들어왔다가 초광속으로 빠져 나가기도 한다. 이 자금은 투자수익이나 자본원본의 가치 보존 등을 위해 어느 때나 어느 나라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모든 국가를 드나들고 있기 때문에 '국적 없는 돈'(Stateless Money) 또는 '무국적 자본'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이 자본은 실물투자, 증권, 채권 등 투자수익을 취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될 뿐 아니라 환율 및 금리의 차를 얻기 위하여 부단하게 이동되기도 하고 심지어 투기를 노리기 위해서도 이동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자본은 환율, 금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외환정책, 재정금융정책 등 정부정책에 따라 민감한 반응을 보여 준다.
금융자본은 자본이 풍부한 나라에서 부족한 나라로 이동되기도 하고 또한 자본의 수익률이 낮은 나라에서 높은 나라로 이동되기도 한다. 금융의 세계화는 자본희소국의 자본부족을 완화시키고 자본투자나 그 이용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서 세계경제발전에 커다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자본이 부족한 나라는 외국으로부터 자본을 도입하여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그 나라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는 투자된 나라의 외환보유고를 고갈시켜 경제위기를 초래시키는 경우도 있다. 자본이동이 투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국의 보유외환의 고갈,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초래시킨다. 1994년 12월에 발생된 멕시코 외환위기는 멕시코에 투자된 수백억 달러의 외국자본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일시적으로 유출된 데 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1997년 하반기에 불거터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여러 나라의 통화위기도 이들 나라에 유입된 막대한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데 그 이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1997년 12월에 초래된 한국의 외환위기도 보유외환 고갈에서 촉발되었고 외환이 고갈된 것은 외국자본의 유입이 중단되고 그 유출이 촉진되었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나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나 외국자본이 유출됨에 따라 엄청난 경제위기가 초래되었던 것이다. 보유외환은 고갈되어 바닥을 드러내고 국내통화의 대외가치가 폭락하여 환율이 폭등하였다. 국내유동성이 부족하여 금리가 치솟았다. 기업이 연쇄적으로 파산하여 실업자가 홍수처럼 쏟아졌던 것이다. 또한 물가가 폭등하여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떨어질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때 이들 나라의 경제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그 위기가 유령처럼 엄습하고만 것이다
멕시코나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들 나라와 지역의 금융시장 개방이 괄목하게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것이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특징이다. 이들 금융시장의 대폭적 개방은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외환보유고가 고갈상태에 직면하여 그들 통화의 대외가치가 폭락하고 금리가 폭등하기 때문에 IMF나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막대한 외화자금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전면적 개방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최근 이들 지역을 비롯해서 괄목할 만하게 확대되고 있는 금융의 세계화는 시장논리에 그 원인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세계금융시장의 패권을 도모하는 일부 선진국의 전략일 수도 있는 것이다.
2) 다자간투자협정의 추진
최근 금융 및 투자의 세계화는 OECD가 추진하고 있는 다자간투자협정(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 MAI)으로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다자간투자협정이란 외국인의 자유로운 투자와 송금을 보장하는 국제규범을 말한다. 이 다자간투자협정은 외국인직접투자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부동산, 지적재산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유형 및 무형의 자산의 세계적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규범을 뜻하는 것이다.
다자간투자협정은 국제투자에 대한 각종 제한조치나 차별적 조치가 경제적 발전과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제자본투자를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세계적인 자유투자제도(Liberal Investment Regime)로서 마련된 것이다.
이 다자간투자협정은 세계 각국의 투자정책의 이질성과 투자규정상의 불일치를 제거하고 양자간, 지역별, 복수국가 등 기존투자규범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각국의 기업들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그 나라의 국내기업과 같은 조건 하에서 투자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국가간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MAI는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체결된 GATT나 또는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체결된 GATS(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해당되는 것이다.
다자간투자협정은 모든 경제분야에 관한 포괄적 투자협정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다자간투자협정상의 '투자'란 직접투자, 증권투자, 부동산투자, 계약하의 모든 권리(지적재산권 등) 등 광범위한 투자를 말한다. 따라서 이 협정상에서 사용되는 투자라는 것은 종래의 개념과는 달리 포괄적 개념을 지니고 있다. 다자간투자협정은 모든 정부(중앙, 연방, 주, 지방 등의 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는 조치를 커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그 조치란 법률, 규정, 행정관행 등을 말하는 것이다.
다자간투자협정은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와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 Treatment)의 원칙에 따라 투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게 될 것이다.
내국민대우란 다자간 투자협정상의 당사자가 외국인 투자자와 그 외국인 투자를 그들 나라 국민의 투자자보다 일체의 불리한 대우를 취하지 않고 동등한 대우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MAI, 1997).
따라서 내국민대우는 외국인 투자자나 그 외국인 투자에 대해 내국민투자자나 그 내국민투자에 대해 부여하는 이상의 혜택을 제공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한편 최혜국대우란 다자간 투자협정상의 당사자가 외국인 투자자와 그 외국인투자를 다른 제3의 외국인 투자자와 그 투자보다 차별대우를 치하지 않고 동등한 대우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각국은 주로 양자간 투자협정을 통해 외국인 투자의 유치촉진,자국투자보호등 자국의 투자이익을 추구하는 데에만 급급해왔다. 그러나 양자간 투자협정은 성격, 범위, 규제방법 및 대상등 여러 측면에서 각국간의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국제적인 투자규범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양자간 투자협정은 최근 급진적으로 통합되어가는 세계경제에 국제투자규범으로서 부적합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양자간 투자협정은 OECD국가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NAFTA등 지역적 투자협정은 그 지역을 커버하는 투자협정에 지나지 않는다. OECD투자협정도 '국제투자 및 초국적 기업에 대한 자유화 규약.선언.결정'도 투자에 대한 제도적 다자간 접근을 제공하고 있으나 그것은 상호연계성이 결핍할뿐아니라 포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투자자 및 피투자자 상호간의 분쟁해결 절차도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다자간 투자협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자간투자협정은 모든 경제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즉 WTO, GATT, GATS 등 다자간통상협정의 경우에는 협정에 포함된 일정한 부문에만 적용될 뿐 그 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부문에는 적용되지 않으나 다자간투자협정의 경우에는 그 정의에 입각하여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다자간투자협정의 경우에는 특별한 유보조치에 따라 보호조치가 불가피한 특수부문에 대한 협정 적용은 연기될 수 있을 뿐이다.
둘째, 다자간투자협정은 투자의 모든 유형에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투자자는 자연인이나 법인이나 어느 누구라도 될 수 있으며 투자는 투자자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직간접적 모든 자산에 해당된다. 실제로 다자간투자협정은 전통적 의미의 외국인직접투자(예컨대 지사 및 지점 설립, 현지 기업의 취득, 유형재산 취득 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 협정은 증권투자(투자목적을 위한 주식 참여), 금융투자(국공채, 회사채, 대부금), 유형재산 등을 대상으로 한다. 미래에 새로운 유형의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이러한 투자도 다자간투자협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셋째, 다자간투자협정은 투자의 모든 과정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그 적용범위는 투자의 설립, 취득, 확대, 운영, 관리, 유지, 사용, 향유(Enjoyment), 매매, 그 외 청산 등이다.
넷째, 다자간투자협정은 계약당사자가 투자를 제한하는 모든 조치에 적용된다. 그 조치는 법률, 규정, 사법적 판결, 국제조약 등을 말한다. 다자간 투자협정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 모든 행정주체에 적용된다.
3. 생산의 세계화
1) 생산의 세계화 주역 - 초국적기업
최근 세계경제의 특징 중의 하나는 생산의 세계화가 급진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점이다. 생산의 세계화는 세계적 무역자유화와 금융의 세계화를 통해서 더욱 더 촉진되어 나가고 있다. 생산의 세계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주역이 초국적기업이다. 초국적기업은 거대한 자본, 첨단화된 기술, 우수한 경영능력, 방대한 판매망, 막강한 로빙능력 등을 통해서 또는 모국의 정치적·경제적 비호를 받아가면서 세계 도처에 생산 및 판매거점체제를 구축하여 극대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초국적기업은 이윤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해 ①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곳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② 금융비용이 가장 싼 곳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초국적기업은 ③ 세금이 가장 낮은 곳에서 생산거점을 구축하거나 또는 이곳으로 기업소득을 이전시키고, ④ 자본수익과 환차익이 가장 높은 곳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그리고 초국적기업은 ⑤ 판매와 수출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정치적·경제적 안정성이 유지되는 곳에서 사업활동을 한다.
따라서 초국적기업은 ① 해외자회사의 이윤 극대화, ② 범세계적 자본조달비용의 극소화, ③ 범세계적 조세부담의 극소화, ④ 범세계적 자본수익 및 환차익의 극대화, ⑤ 범세계적 판매 및 수출의 최대화, 범세계적 정치적·경제적 안정성 추구 등을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초국적기업이야말로 국경과 국적을 초월하여 여러 나라에서 동계 자회사를 설립한 후 현지국 국민들을 경영에 참여시키면서 생산, 판매, 무역, 서비스, 연구개발 등 모든 활동을 추진하는 거대한 경제조직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거대한 초국적기업은 최근 전자정보기술혁명이 촉진됨에 따라 그 웅장한 자태를 송두리째 드러내고 있다. 초국적기업이 한 나라보다 더 많은 자본이나 상품을 전세계에 이동시키고 또한 이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전세계에 유통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의 꿈, 제국적기업 그리고 새로운 세계질서'(Global Dreams, Imperial Corporation and the New World Order)를 저작한 바넷(R. J. Barnet)과 캐바나(J. Cavanagh)는 세계광역조직망을 가진 소수의 초국적기업이 새로운 세계경제구조인 세계문화바자(Global Cultural Bazaar), 세계쇼핑몰(Global Shopping Mall), 세계산업현장(Global Workplace), 세계금융조직(Global Financial Network)의 상업적 활동을 송두리째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들은 이러한 경제활동의 세계광역조직망이 종래 세계 어느 국민국가도 달성하지 못한 세계경제의 통합화를 이루어내고야 말았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경제 통합화의 추진력은 미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에 영업본부를 두고 있는 일부 거대한 초국적기업에서 분출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두 사람의 주장이다. 이들은 초국적기업과 이에 버금가는 대규모 은행이야말로 세계화의 조산원(Midwife of Globalization)이라고 일컬었다. 초국적기업 등이 세계화의 배후에서 군림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도 바로 이들이다.
생산의 세계화는 초국적기업이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초국적기업이 생산의 세계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에 있어서 초국적기업의 역할을 보면 알 수 있다. 초국적기업의 총생산량은 세계총생산량 중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초국적기업의 무역량은 세계총무역량 중에서 매우 높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초국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개별국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초국적기업의 생산량이나 무역량은 세계의 생산량이나 무역량의 증가율을 훨씬 앞서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직접투자도 초국적기업이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초국적기업의 세계경제적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국적기업은 생산의 세계화를 촉진시켜 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서비스의 세계화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WTO 협정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최혜국대우와 내국민대우가 부여되게 되자 초국적기업은 서비스를 세계규모로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1970년대 이 세계에는 7,000개사의 다국적기업이 존재했으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 수는 무려 35,000개사로 늘어났다. 최근 초국적기업의 무역량은 세계무역량 중에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막대한 규모의 무역량은 초국적기업 상호간에 교역된 것이다.
초국적기업의 경제규모가 일부 개별국가의 경제규모를 능가하고 있다. 세계 100대 경제주체 가운데 초국적기업이 차지하는 것이 51개사이고 국가가 차지하는 것이 49개국이다. 미국 포드(Ford) 자동차회사의 경제규모는 사우디 아라비아나 노르웨이의 경제규모보다 크다. 일본 미쓰비쉬(Mitsubishi)사의 경제규모는 인도네시아를 능가한다. 필립 모리스(Phillip Moris)사의 연간 매출규모는 뉴질랜드의 국내총생산(GDP)를 앞지르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200사의 총매출고는 세계총생산의 약 2/3에 해당되고 있다. 세계 최대 200사의 초국적기업이 세계 도처에서 기업활동을 해내고 있지만 그 고용자수는 1억 8,80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초국적기업이 세계경제에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일부 다른 자료에서도 밝혀지고 있다.세계에서 가장 큰 300개 초국적기업은 전세계 생산시설의 약 ¼을 소유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그것은 약 3조달러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국적기업의 연간 총매출고는 어떤 나라의 연간 GDP에 상당하거나 이보다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즉 이토츠(Itoch)사의 매출고는 오스트리아의 GDP를 능가하고 로열 더취 쉘사의 매출고는 이란의 GDP 규모와 같다. 미쓰이(Mitsui) 및 GM자동차회사의 매출고는 덴마크, 포르투갈, 터키 세 나라의 GDP를 합한 것보다 크다는 것이다.
초국적기업은 독점력을 행사하여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 최대 5개 자동차회사가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약 60%를 장악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5개 석유회사가 세계 석유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화학부문에 있어서도 약 35%, 전자 및 철강 부문에 있어서는 각각 약 50%이상씩이나 세계 굴지의 초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초국적기업은 그 규모와 매출고가 커서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 곳곳에 파고 들어가고 있다. 스위스의 거대한 전기 엔지니어링 회사인 ABB는 140개 국가에 설비를 가지고 있다. 로얄 더취 쉘 석유회사는 50개 국가에서 석유를 탐사하고 있으며 34개국에서 정유해서 100객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식품가공회사인 하인즈(H.J. Heinz)사는 세계 6대주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최대의 곡물사인 카길(Cargill)사는 54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영국의 최대 화학회사인 ICI는 40국에서 생산활동을 해서 150개국의 지사를 통해 판매활동을 하고 있다.
UNCTAD(UN무역개발회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국적기업은 최근 극적인 속도로 확대되어 세계시장을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으며 연간 6조달러 이상의 매출고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초국적기업의 해외자산규모는 막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6년 UNCTAD 자료를 보면 1994년 영국 및 네덜란드의 로열 더취 쉘사의 총자산은 1,020억달러이며 이중 해외자산은 637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포드사의 총자산은 2,194억달러이며 대외자산은 606억달러이다. 그리고 미국의 엑손(Exxon)사의 총자산과 해외자산은 각각 879억달러, 562억달러이다.
미국계의 초국적기업은 세계 최대의 100개 초국적기업 중 1/3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계의 초국적기업은 1990년 11개사에서 1994년에는 19개사로 증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100개 초국적기업은 총 초국적기업 중에 0.3%를 차지하고 있으나 세계적 생산과 해외직접투자에 있어서 지배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UNCTAD 자료를 보면 개발도상국계의 초국적기업도 글로벌 투자 및 생산에 있어서 매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초국적기업은 주로 아시아 및 라틴 아메리카 국가계의 기업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 대표적 초국적기업이 한국의 대우(Daewoo)를 비롯해 홍콩의 허취손 함포아(Hutchison Whampoa), 멕시코의 세멕스(Cemaex)이다. 이들 개발도상국계의 다국적기업들은 주로 다른 개발도상국에 직접적으로 자본을 투자하여 생산의 세계화를 도모하고 있다.
2) 초국적기업의 영향력 행사
초국적기업이 세계의 모든 경제활동을 지배하게 됨에 따라 그 사회경제적 재앙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초국적기업이 몰고온 재앙은 대체로 높은 실업, 생활수준 하락, 소득불균형 확대, 다운사이징(Downsizing), 기업의 흡수 및 합병(M&A), 직업의 해외 유출, 시간외 초과수당 지불 중단, 임시고용 및 노동의 유연성 폭증, 노동자의 독자계약자로의 전환, 고용관련이익의 폐지 따위를 들 수 있다. 초국적기업은 이러한 재앙들을 세계 모든 인류에게 뱉아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일부 저널리즘에서는 초국적기업은 모국의 비호를 받으면서 세계를 휩쓰는 괴물이라고 극렬하게 비난하는가 하면 모국의 규범과 국익을 무시한 채 현지국의 주권이나 국민정서와 부딪치면서 세계를 함부로 돌아다니는 사나운 괴물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초국적기업은 생산, 유통, 판매, 금융, 연구개발 등의 세계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현지국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왔을 뿐 아니라 GATT 등 국제경제기구에 대해서도 그 영향력을 과감하게 발휘해 왔다. 초국적기업이 현지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 대표적 사례가 세계 굴지의 미국 전화회사의 칠레 대통령후보 낙선음모사건이다. 그리고 미국의 어느 화학회사의 캐나다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사건도 이에 포함된다.
초국적기업은 국제경제기구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초국적기업은 1980년대 들어오면서 국제정치적·경제적 협상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세계적인 경제력 강화에 집중적 노력을 경주해 왔다. 초국적기업은 무역장벽을 철폐시키고 자본이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유럽단일시장협정을 체결하도록 하는 데 활발한 로비활동을 전개했을 뿐 아니라 NAFTA 체결에도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리고 GATT 주체 하에서 추진된 우루과이 라운드에 대해서도 로비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던 것이 사실이다.
초국적기업이 우루과이 라운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무역관련지적재산권(Trade Relate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RIPs), 무역관련투자조치(Trade Related Investment Measures: TRIMs) 등에 관한 협정이 초국적기업에 유리하도록 체결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에서는 투자현지국이 초국적기업, 외국인직접투자 등 국제투자에 대해 규제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 협정은 초국적기업 등의 국제투자를 규제하거나 이 기업의 수출입을 규제하고 왜곡시키는 외국인 투자관련조치를 금지토록 한 것이다. 따라서 국산부품사용의무, 수출이행의무 등 투자현지국의 국내법에 명시된 수출장려규정, 수입제한규정 등이 철폐됨에 따라 초국적기업은 자유로운 투자, 수출입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는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여 제조된 물품은 수출입거래단계에서나 또는 유통단계에서 단속 압수토록 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대상으로서는 기술적 발명에 관한 특허권, 그 외에 컴퓨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반도체 칩 등 집적회로의 배치설치권과 이에 관한 영업비밀권, 상업적 권리에 관한 상표권 등이다. 그 대상으로 도서, 문예, 창작물 등 저작권도 이에 포함된다.
초국적기업이 세계경제기구에 치열한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WTO와 같은 초국가경제기구도 IMF, IBRD, BIS 등 국제경제기구와 더불어 초국적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세계경제정책을 실시해 나가고 있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심지어 초국적기업은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개최된 UNCE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UN환경개발회의)회의에서도 초국적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각료선언이 채택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한 바 있다. 이 리우 국제환경회의에서는 리우 선언(Rio Declaration)과 그 실천강력인 '의제 21'(Agenda 21)이 채택되고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환경협약이 채택되었다. 리우 선언과 '의제 21'은 초국적기업의 활동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계경제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초국적기업이 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계 굴지의 어느 초국적기업인 ITT사가 칠레의 주권을 침해한 사건이나 엘틸사가 캐나다 정부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한동안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ITT는 1970년대 칠레의 총선에서 알렌데(Salvador Allende) 대통령후보가 낙선되도록 미국 CIA에 백만달러의 자금 제공을 시도한 바 있다. 이 음모사건은 결국 CIA의 거부로 국제경제사회에 알려지게 되고 말았다. 알렌데 대통령이 당선되자 ITT사는 다시 미국정부와 미국기업이 칠레 신정부에 대해 상업적 신용 공여 축소, 경제적 지원의 삭감 등 경제적 압력을 행사토록 종용한 바 있다. 또한 알렌데의 반정치적 인사들을 지원하도록 로비활동을 추진한바 있다. 케너컷 및 안나콘다(Kennecott and Anaconda)사가 소유한 칠레의 구리광산이 국유화되자 미국정부는 ITT사의 권고에 따라 알렌데 정부에 대해 일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Shnaid, 1996).
ITT사의 알렌데 정부 전복사건을 계기로 UN은 초국적기업 활동의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초국적기업의 '활동규범'(Code of Conduct)을 초안한 바 있다.
외국인기업이 투자현지국의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대표적 소송사건이 에틸사(Ethyl Corporation)의 사건이다(Shnaiol, 1996). 미국의 화학약품회사인 이 기업은 캐나다 정부가 유해한 독소를 지닌 개소린 첨가제 MMT의 수입과 운송을 금지하자 이 정부를 상대로 2억 5,100만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 이유는 MMT는 유해한 화학약품이 아닌데도 캐나다 정부가 이 화학약품에 대한 수입 및 운송 금지조치를 취함으로써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에틸사는 캐나다 의회가 이 화학약품에 대한 수입금지 법률을 의회에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위협적인 소송을 시도하기도 했다.
MMT는 옥탄(Octane)을 높이고, 자동차 엔진의 녹킹(Knocking)을 줄이기 위해 개솔린에 첨가되는 망간성분의 화학물질이다. 캐나다의 입법자들은 MMT 배출에서 나오는 망간이 공중보건을 해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 제조업체에서도 MMT는 유해한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을 해 오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 : EDF)은 MMT가 유독 캐나다에서만 사용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으며 미국 환경청(EPA)는 개솔린에 MMT를 혼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MMT의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Sforza, 1997).
세계화의 급속한 확대를 우려하고 있는 일부 지식층은 세계화의 첨병인 다자간투자협정에따라 29개 OECD회원국의 초국적기업이 에틸사의 이러한 전례를 답습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Ⅳ.결론
세계화는 대륙의 기류나 해양의 조류와 비슷한 현상이기 때문에 저지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현상이다. 최근에 이 세계화가 놀라운 속도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것은 초첨단정보통신망이 발달되고 무역 및 자본 이동자유화가 범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세계적 무역자유화, 금융의 세계화, 생산의 세계화라고 하는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지구상의 '거리의 소멸'을 촉발시키는 정보통신혁명이 야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적 개념의 국경을 허물어버리고 세계시장의 통합화를 몰고 온 WTO협정이 발효된 데 그 이유가 있다.
금융의 세계화가 실현되고 있는 것은 OECD의 자본이동자유화규약과 국제투자 및 초국적기업에 관한 선언이 발효되고 또한 양자간·다자간 투자협정이 발효되어 투자장벽이 제거되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기업이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임금이 싸고 원자재조달이 쉽고 생산설비비용이 적게 드는 다른 나라로 생산시설을 옮기기 때문이다. 그것은 범세계적 자본수익 및 환차익의 극대화, 판매 및 수출의 최대화, 조세부담의 극소화, 이윤극대화, 기업환경의 안정성 추구 등에도 이유가 있다.
세계화는 긍정적 효과를 초래시키기도 하고 부정적 효과를 초래시키기도 한다. 우선 긍정적 효과로서는 ① 효율의 극대화, ② 자원배분의 합리화, ③ 규모의 경제이익 초래, ④ 자유무역의 실현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부정적 효과로서는 ①세계경제에 대한 일부 선진국의 패권적 지배, ②경제주체의 대외의존도 심화, ③ 비교열위산업의 퇴출, ④국가 및 계층간 소득의 양극화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어느 경제주체에서나 다같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기업 등 경제주체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세계화를 이끌어 나아가고 있는 나라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많이 나타날 것이고 이에 끌려가고 있는 국가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계화를 견인하는 국가라고 하더라도 긍정적 효과만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고 부정적 효과도 초래되지 않을 수 없다. 그 부정적 효과는 세계화에 마지못해 끌려가는 나라에게는 심각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세계화가 확대됨에 따라 노출되는 부정적 효과는 인류에게는 일종의 재앙이 되고 있다. 그것은 199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주제로 삼고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화가 계층간 소득배분의 불균등을 초래시키고 근로자의 생존을 위협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심각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한 발표자의 주장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포럼에서 발표자는 "기업이 인간과 도덕적 문제를 도외시하고 오직 극단적인 기업경영혁신만을 고지한다면 세계자본주의는 파멸될 것이다."라고 역설한 것을 보면 자본주의경제의 세계화는 정말 무서운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자본주의경제의 세계화에 대한 전략과 우리 경제의 세계화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 전략은 조속히 수립되어 시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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