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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로운말씀/개혁해야할신앙

과연 교회건축이 최상의 선택인가?

어느 교회 건축위원의 가슴 아린 회고

 

 

왜 이 글을 기고하는가

 

제가 섬기는 교회는 경기도 B시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6년차 신앙생활을 하는 나이 쉰둘의 평신도 안수집사입니다.

현재의 교회를 섬긴 지는 해가 바뀌면 어언 20년차 됩니다.

 

저희 교회는 역시 해가 바뀌면 설립된 지 30년으로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을 보낸 성년급 교회입니다.

출석 청장년 약 300명 정도이고 연간 약 3억 원~3억 5000만 원 정도의

재정 규모로 운영되는 교회입니다.

 

그러한 저희 교회는 20년 전 제가 옮겨온 즈음에 동네 외곽(지금은 주위 개발로 외곽이라 할 순 없지만)에 아담하게 교회를 지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타지에서 이주해온 신규 등록교인으로 몇 개월 후였기

때문에 이렇다 할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새 교회로 따라 들어가서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저희 교회는 신앙인이라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처럼 ‘하나님의 뜻’인지 약 4년 전에 지역 재개발이라는 명분하에 시가에는 턱없이 미달되는 보상금을 받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철거를 당했습니다. 다시 한번 교회를 지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에 저희는 2년 전부터 기존 터의 인근에 종교용지를 다시 분양받아(보상가의 거의 3배 가까운 가격에) 설계를 하고 전년도 11월 착공을 하여, 드디어 이번 10월 마지막 주에 입당을 할 즈음에 다다랐습니다.

 

그러나 저는 1년 동안 예배당-저는 성경에서 보고 알게 된 대로 결코 세상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 칭하고 싶지 않습니다-건축을 맡은 건축위원의 한 사람이자 3년째 교회의 모든 재정을 맡고 있는 재정부장으로서 이를 진행하며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성도들에게 감동이 아닌 감수성을 자극한 헌신을 유도하면서 이러한 방법들을 이용하지 않거나 못하면 오히려 바보가 되는 예배당 건축. 그 예배당 건축의 실상을 저희 교회 건축 진행 과정들을 진솔하게 얘기함으로써 신앙의 동역자들(목회자든, 신학교수든, 신학생이든, 장로이든, 권사이든, 직분 없는 성도이든)의 생각들을 듣고 싶습니다.

 

즉, 이 이야기를 기고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무리하게 예배당을 건축-일부는 100% 또는 그에 가까운 건축재정 능력의 교회도 있겠지만-하는 것이 공의로우신 하나님 앞에서 진정 올바른 것인지 모두가 한번쯤은 생각해보기를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예배당 건축 규모

저희 교회의 예배당 건축비용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322평 토지대금 약 13억 4000만 원, 설계·감리비용 약 1억 1000만 원, 건물건축비 약 29(~30)억 원, 음향·영상·조명 등 약 1억 원, 성구·집기비품 등 약 3억 원 및 기타비용 등 전체 약 50억 원 전후의 나름대로 대공사입니다.

 

이중에서 교회가 확보하고 있었던 자금은 기존 교회 철거보상금 약 13억 3000만 원과 이 자금의 2년 정도 예치기간 중 발생한 이자소득 등으로 14억 원 정도였습니다. 즉, 이를 묶어서 정리하면 총건축비 50억 원의 28%정도, 즉 14억 원으로 시작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설명을 해 놓으면 일부 독자들 중에서 그 정도면 많이 확보한 상태라고 또는 행복한 투정짓거리라고 이야기할 분도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서 집을 짓든 사업을 하든, 계획적으로 남의 돈이나 또는 엄청난 빚을 내서 이용해보겠다고 작심하지 않는 한 이 정도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그래서 건축협의 초기에는 향후 5년 정도 예상된 교회성장율을 바탕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성도 수 증가, 재정상황)도 해보는 가운데 건축규모를 일부 줄이고 훗날을 기약하자는 의견도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특정인 한두 사람(담임목회자 등)의 의견이 가장 어필되어 끌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교회 약 50억 원 규모로 확정되고 말았습니다.

 

 

예배당 건축자금 조달방법들

 

1.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빚’을 얻자

 

이에 따라 예배당 건축의 부족자금 조달을 궁리하는 중 제일 먼저 몇몇 금융기관들과 몇 달간의 협의 끝에 한 곳으로부터 약 6.5% 전후의 금리로 20억 원을 차입하였습니다. 즉, 이는 연간 차입이자로 현 재정규모의 40~45%인 약 1억 3000~40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성도들의 피와 땀이 배여 있는 정성스런 헌금이 필요했습니다.

 

 

2. 영광스런 ‘건축위원들 먼저’ 헌금하자

 

물론 이 빚 외에도 16억 원이 부족해 자발적으로 건축위원들이 앞장서서 본을 보이자고 의견을 냈습니다. 8명의 건축위원과 담임목회자 포함 9명이 1억 원을 목표로 1인당 1000~2000만 원씩을 작정, 헌금하기로 했습니다.

 

실행한 결과 약 8000만 원 정도가 모였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에게는 특별한 인상을 남기거나 감동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성도들이 이렇게 함께 동참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있는가에 대해서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또 강대상에서는 건축위원들의 실행사항은 언급하지 않고 목회자 당신 한 사람만의 헌금 실행 자랑만 해 다소 냉랭한 분위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흔히들 얘기하는 감동적 예배당 건축의 붐 조성이 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은 것이었습니다.

 

 

 

3. 적든 많든 우리도 남들 다하는 ‘일천번제’하자

 

또한 교회가 철거될 때부터 성경의 일천번제와 전혀 다른 일천번제를 드렸습니다. 전 성도가 개인별 하루 1000원씩 1000일간 일천번제가 실시되었으나 날이 갈수록 참여율 및 헌금액 저조로 흐지부지 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목사님은 1000일이 지난 올해 초에 또다시 일천번제 시작하자고 건의했습니다.이것에 대해 목사님께 “성경의 일천번제는 이게 아니지 않은가. 성도들이 감동이 되면 어떤 형태로든 건축헌금을 하실 테니 지켜보며 기도하자”라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건축자금 부족하니 이렇게 해서라도 보태야 한다”라는 말로 일축했습니다.

 

 

 

4. 기적의 ‘오병이어 헌금’도 하자

 

역시 철거 즈음부터 전 성도들을 대상으로 돼지저금통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저금통 속의 동전들을 모아 매 분기마다 통째로 헌금하고 다시 저금통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는 일천번제와 유사하게 흘렀습니다. 근자에는 저금통으로 모으는 성도가 전혀 없습니다.

 

 

 

5. 전격적 히든카드 제시 ‘한사람 땅1평사기 헌금’ 결정

 

16억 원이라는 거액을 마련하기에는 애당초 너무도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건축위원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D교회가 경험한 ‘전 성도 한사람 땅 한 평 사기 운동’을 벤치마킹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건축위원회에서는 이를 수용, 분양 평당 가격 약 415만 원을 400만 원으로 임의설정, 발표하여 작정헌금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는 교회가 생각한 것과 너무도 멀었습니다. 1여 년 기간 중에 작정은 목표의 1/3수준인 약 4억 2000만 원 정도였고 그중 1년간 실제 헌금액은 1/4수준인 2억 9000만 원 정도가 모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성도 개인별로 400만 원도 크지만 가정으로 따지면 식구 수에 따라 헌금액이 증가되어 한 가정 당 1000만 원~2000만 원 단위로 훌쩍 넘어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개인적 형편보다는 가정별 형편상으로 인해 그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이 역시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성도들의 경제적 여건을 무시한 게 결정적 원인이라고도 판단이 됩니다.

 

  

6. 여전도회도 연합하여 ‘수익사업으로 건축에 기여’하라

 

또한 교회 내 여전도회의 연합체인 총여전도회가 자의 반 그리고 타의 반(담임목회자의 권유)으로 건축자금에 기여하기 위해 성도들을 대상으로 수익사업인 바자회, 상품 판매 등을 수차례에 걸쳐 행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계획되어 있습니다.

 

 

 

7. 급기야는 금융기관에서 ‘빚’을 더 얻자

 

그러한 와중에도 예배당 건축은 진행되었습니다. 20억 원이라는 빚이 있는 가운데 공사계약금, 3차례 기성결제까지 집행하였고 이제는 마지막 준공, 입당에 따른 잔금을 준비하고 여러 가지 성구 및 집기비품들을 구입해야 할 즈음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열거한 이상의 자금조달은 막막하고 오히려 거액의 차입으로 인해 매월 이자는 1000만 원을 훌쩍 넘어갔습니다. 교역자들의 급여도 제때에 지급치 못하는 심히 불안한 상황입니다. 다시 여러 차례의 내부 협의와 진통 끝에 나온 방법이 바로 빚을 4~5억 원 더 얻자는 것입니다.

 

 

 

8. 성구·집기비품은 ‘헌물’이라는 명분으로 성도들에게 더 맡기자

 

담임목회자께서 내놓은 방법으로 3억 원 정도의 성구·집기비품 구입을 또 다시 성도들에게 추가 헌물작정 형태로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이상으로 저희 교회 예배당 건축 과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여기에 일일이 열거하진 않았지만 목사님은 설계업체 선정부터 건축업체 선정과 건축되는 과정 중에 결정적 중요 사안마다 성경적, 신학적, 목회방향을 운운했습니다. 이에 반해 성도들은 그 어려운 가운데도 온갖 정성을 다 바쳤습니다.

 

헌금을 하는 성도들의 의견은 배제된 채 담임목회자의 생각이나 대외적 관계성으로 상당부분을 밀어붙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담임목회자 사택 문제 등 부지기수이지만 어찌됐든 기왕 여기까지 달려온 예배당 건축은 마무리는 해야 될 것으로 여깁니다

 

 

조주호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