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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로운말씀/개혁해야할신앙

진실은 그 사람의 삶 속에 있다

 

진실은 그 사람의 삶 속에 있다

 

 

어느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졸업한 몇몇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투표할 것을 당부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진실은 그 사람이 내뱉는 말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 있다. 명심해라."

 

그 선생님은 물론 국어 과목을 가르치셨지만 자신의 삶으로도 제자들의 본이 되셨기에 당당히 이 말씀을 하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삶 속에 있는 진실을 발견한 사람으로서 제자들 역시 그러한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편지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들이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나도 저 선생님과 같은 말을 아들에게 해 줄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 입장에서는 솔직히 이런 말을 하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아들아, 너는 아빠처럼 살지 말고 반드시 진실된 삶을 살아야 한다. 명심해라!" ㅋㅋㅋ

 

최근에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있다. 다소 어려울 듯 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는다.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면서 문득 연상되는 인물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다. 주인공의 캐릭터에 겹쳐진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역경은 참 유사한 면이 많았다.

 

아들에게 읽어 주고 있는 동화책 제목은 '모모'다.

 

저자는 미하엘 엔데, 1929년에 독일에서 태어나 1995년에 사망했다. 2차 세계대전을 겪었으며, 이 작품은 저자가 1970년에 출판했다. 그는 이 책과 또 다른 책을 통해 인간과 생태의 파국을 초래하는 현대 사회의 숙명적인 허점을 비판했다. 

 

앞으로 모모라는 캐릭터에 겹쳐진 인물인 노무현 대통령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인물이 연상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모모라는 캐릭터에는 두 인물 중 누구를 겹쳐 놓아도 이야기 전개에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 두 인물을 미리 밝혀 두자면 당근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 의원이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 '참여민주정치를 위한 동화 읽기 - 모모'를 연재할 생각이다. 대선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중요한 시기에 정치 얘기만 해도 부족할 판에 무슨 유치한 동화책이냐고 생각하실 분이 혹 계시더라도, 어차피 정치란 신나고 재미난 것임으로 틈틈이 시간 날 때 읽어 보거나 아니면 내가 하는 말을 자장가 삼아 들어 주면 정말 고맙겠다.

 

아래에 옮긴 글은 동화책의 일부분을 발췌한 내용이다. 그런데 '운명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입해 보면 이미 일어난 일인 듯 읽혀질 것이다. 하지만 아래 글을 앞으로 일어날 일로 생각하고 읽으면 겹쳐지는 인물이 또 한 명 있을 것이다. 그 일이 일어난 일이든, 일어날 일이든 내게는 큰 차이가 없다.

 

"진실은 그 사람의 삶 속에 있다. 명심하자."

 

 

사람들 가슴 속에 있는 시계들

 

모모는 홀을 빙 둘러보고 물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시계들을 갖고 계신 거예요? 한 사람마다 한 개씩요. 그렇죠?”

 

“아니야, 모모. 이 시계들은 그저 취미로 모은 것들이야. 이 시계들은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 속에 갖고 있는 것을 엉성하게 모사한 것에 지나지 않아.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 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그럼 제 가슴이 언젠가 뛰기를 멈추면 어떻게 돼요?”

 

“그럼, 네게 지정된 시간도 멈추게 되지, 아가. 네가 살아 온 시간, 다시 말해서 지나 온 너의 낮과 밤들, 달과 해들을 지나 되돌아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게다. 너는 너의 일생을 지나 되돌아가는 게야. 언젠가 네가 그 문을 통해 들어왔던 둥근 은빛 성문에 닿을 때까지 말이지. 거기서 너는 그 문을 통해 다시 나가게 되지.”

 

운명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호라 박사는 빙그레 웃으며 말하고는 시계를 내밀었다.


모모가 들여다보니까 그 시계의 글자판에는 시계침도 없고, 숫자도 없었다. 다만 반대 방향으로 엇갈려 천천히 돌아가는 두 개의 섬세한, 정말 섬세한 곡선이 있을 뿐이었다. 두 선이 엇갈리는 지점에서는 작은 점들이 이따금 반짝반짝 빛을 냈다.

 

호라 박사가 말했다.

 

“이건 운명의 시간을 알려 주는 시계란다. 드물게 찾아오는 운명의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 주지. 이제 막 그 운명의 시간이 시작되었어.”

 

“운명의 시간이 뭔데요?”

 

모모가 묻자 호라 박사가 설명했다.

 

“음, 이 세상의 운행에는 이따금 특별한 순간이 있단다. 그 순간이 오면, 저 하늘 가장 먼 곳에 있는 별까지 이 세상 모든 사물과 존재들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미쳐서, 이제껏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애석하게도 인간들은 대개 그 순간을 이용할 줄 몰라. 그래서 운명의 시간은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지나가 버릴 때가 많단다. 허나 그 시간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위대한 일이 이 세상에 벌어지지.”

 

“그걸 알려면 그런 시계가 필요하겠네요.”

 

호라 박사는 빙그레 웃으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시계만 갖고는 아무 소용이 없어. 시계를 볼 줄도 알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