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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연구/로 만 카 톨 릭

북아일랜드 평화협상, 역사적 권력분점 합의

북아일랜드 평화협상, 역사적 권력분점 합의
민주연합-신페인, 자치정부 합의
한겨레 이본영 기자
피로 얼룩진 북아일랜드 역사에 항구적 평화의 서광이 비치고 있다. 26일 신·구교 세력을 각각 대표하는 민주연합당과 신페인당이 자치정부 설립과 권력분점에 합의하자, 양국 정치권과 언론은 “역사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언 페이슬리 민주연합당 당수와 게리 애덤스 신페인당 당수는 이날 직접 협상에서 5월8일 두 당이 함께 자치정부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민주연합당은 자치정부 수반 격인 수석장관을, 신페인당은 차석장관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버티 아헌 아일랜드 총리는 3월26일까지 자치정부를 구성하라고 양대 세력에 요구한 바 있다. 이를 넘기면 북아일랜드를 완전한 직접통치 아래에 두겠다고 압박하던 영국 정부는 극적인 합의 소식에 법률 개정과 재정 지원으로 자치정부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오늘은 북아일랜드 뿐만 아니라 이 섬들(영국과 아일랜드)의 주민들한테도 아주 중요한 날”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개입한 과거 협상과 달리 두 적대세력이 직접 담판을 지었다는 점에서 이 합의는 중요한 이정표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대면을 거부하던 두 당 수뇌는 이날 처음 마주해 악수도 하지 않을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페이슬리 당수는 신페인당의 종교적 배경인 로마 카톨릭을 “매춘부의 어머니”라고까지 비난할 정도로, 양쪽은 극단적으로 대립해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번 합의을 놓고 신·구교 강경파들한테서 별다른 반발이 나오지 않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페인당과 연결된 아일랜드공화군(IRA)이 2005년 무장해제를 선언한 것도 화해의 길을 텄다.

1922년 아일랜드 독립 이후에도 영국령으로 남은 북아일랜드에서는 영국 식민으로 형성된 신교 인구와 아일랜드계 구교 세력 사이의 유혈충돌로 이제까지 3700여명이 숨졌다. 1999년에도 평화협정에 따라 자치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추구하는 구교세력과 영국 통치의 계속을 바라는 신교세력의 충돌로 2002년 기능이 정지됐다. 170여만명의 북아일랜드 인구 중 신교는 58%, 구교는 42%를 차지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